
"안 아픈데 왜 안약을 계속 넣어야 하죠?" 이 질문이 제 시신경을 93%까지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2년 전 건강검진에서 녹내장 의심 판정을 받았을 때 저는 그저 귀찮다는 이유로 6개월 동안 안약을 끊었습니다. 통증도 없고 잘 보이는데 뭐가 문제냐는 안일한 생각이었죠. 정밀 검사 결과를 받아 든 그날, 저는 제가 얼마나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녹내장 환자 10명 중 1명은 결국 실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엎드려 자기와 어두운 곳 스마트폰, 안압을 쏘아 올리는 독
제가 매일 밤 습관처럼 하던 행동들이 안압을 올리는 주범이었습니다. 점심시간마다 책상에 엎드려 자던 습관, 불 끄고 침대에서 스마트폰 보던 루틴이 제 눈을 서서히 망가뜨리고 있었던 겁니다. 실제로 5분만 엎드려 있어도 안압이 눈에 띄게 상승한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안구로 가는 혈류가 증가하면서 안압이 올라갑니다. 더 심각한 건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동공이 커지면 홍채가 전방각을 막아버리는데, 이게 마치 하수구가 막히듯 눈 속 방수 배출을 차단한다고 합니다. 저는 "조명 하나 켜 놓으면 되겠지"라며 작은 스탠드만 켜고 엎드려서 스마트폰을 봤는데, 이게 최악의 조합이었던 겁니다.
솔직히 10년 넘게 해온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점심시간에 졸리면 자동으로 팔베개를 하게 되고, 잠들기 전 스마트폰 보는 게 너무 자연스러웠거든요. 하지만 장모님이 녹내장으로 한쪽 눈을 실명하셨고, 땅이 패인 곳을 못 보고 휘청거리는 모습을 옆에서 봤던 기억이 제 습관을 바꾸게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피곤해도 의자에 등을 기대고 목만 살짝 꺾어서 쉬고, 밤에는 반드시 방 조명을 켜고 스마트폰을 봅니다.
녹내장 환자도 할 수 있는 안전한 운동법
근력 운동이 안압을 올린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운동을 아예 안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독이었습니다. 운동을 안 하면 혈액 순환이 나빠지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떨어지는데, 그게 장기적으로 녹내장 관리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핵심은 안압을 올리지 않는 방식으로 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숨을 참으며 무거운 걸 드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복압을 높여 안압까지 끌어올립니다. 대신 호흡을 계속 유지하면서 하는 운동이 안전합니다. 제가 배운 스모 스쿼트는 일반 스쿼트보다 다리를 넓게 벌려서 균형 잡기가 수월하고, 내려갈 때도 올라올 때도 계속 숨을 내뱉으면서 하니까 눈이 뻐근한 느낌이 확실히 덜했습니다.
손 밀어 엉덩이 올리기라는 운동도 괜찮았습니다. 팔굽혀펴기처럼 머리를 숙이는 게 아니라 앉은 자세에서 손으로 바닥을 밀어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동작인데, 허리를 펴고 하니까 복압이 덜 올라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팔이 떨렸지만 2주 정도 하니까 적응이 되더군요.
무엇보다 유산소 운동이 안압을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15분에서 20분만 걸어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이건 정말 실천하기 쉬운 방법입니다. 저는 점심시간에 엎드려 자는 대신 밖으로 나가 가볍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리걸음을 1분, 빠르게 걷기 1분, 다시 천천히 1분 이런 식으로 반복하면서 호흡을 길게 유지하니까 눈의 피로도 덜하고 오후 업무 집중력도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녹내장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라 평생 관리하는 병입니다. 저는 이제 "귀찮다"는 핑계로 제 눈을 방치하지 않습니다. 매일 안약을 넣고, 엎드려 자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 보지 않고, 호흡 중심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번거롭지만 이 작은 습관들이 제 시야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40세 이상이라면, 특히 근시가 있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다면 1년에 한두 번 안과 정기 검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증상이 없을 때 발견해야 진짜 관리할 수 있습니다.